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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되고 싶었던 회화주의 사진에 대한 의견
글쓴이 : 남주환 (125.♡.195.165)
작성일 : 2011-11-03 20:09:36, 조회: 4462,  추천: 1, 

초상사진가로 유명한 펠릭스 나다르는 동업관계에 있던 그의 동생 아드리앙이 '나다르'라는 그의 예명을 쓰지 못하도록 청원서를 제출하며 시작된 법정 분쟁에서 '작업실의 말단 사환도 하듯 얼굴 생김새만을 우연에 따라 진부하게 무심히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친근하고도 바람직한 내면의 닮음을 모델의 형상에 부여'하는 '배울 수 없는 것'으로 '사진의 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며 사진의 예술성을 주장(1857년)하였지만 사진의 발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초상화가들 뿐 아니라 미술가, 조각가, 예술 비평가들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진을 새로운  예술의 장르를 개척하고 싶었던 르 그레와 레일랜더 그리고 로빈슨 등은 사물의 외관을 있는 그대로의 묘사할 뿐인 사진을 예술의 지위로 격상시키려는 의도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조합사진이라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었다. 

발명초기의 당시 사진술은 콜로디온 습판사진술을 이용하여 사진을 제작하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실내촬영과 사진의 크기 등 제한적 요소가 많았을 뿐 아니라 사진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단지 사진이 회화에 비해 손쉽고 빠르게 사물의 형태를 그대로 복제해 낼 수 있는 회화의 다른 모습으로 여기고 사진을 회화의 표현양식에 맞추어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화가들이 캔버스에 사물을 그려 넣듯이 사진 속에 여러 장면들을 합성하여 조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사진술의 느린 감광도 때문에 정지되고 과장된 표정과 몸짓의 연출은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할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러므로 이들 사진가들은 화가들의 그림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사진이 관람자들에게 불러 일으키는 감동과 교훈적인 메시지의 전달을 더 소중하게 여겼으며, 그들의 생각과 사상이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사진화면의 구도법, 주제를 다루는 회화적 법칙과 미학을 따르고, 조합인화의 기술적인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우렸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에게 알려 주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예술이 스스로 예술이 되고 싶다고 예술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이는 자신의 삶이 예술이고 자신의 작품이 예술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내가 유명 예술가 누구와 정신적 교류를 하고 있다거나 유명인이 내 사진을 구매했다 혹은 내 사진은 내 인생에 바치는 존엄, 순전히 나를 위한, 온전히 내 몫이며 그것이 사진의 본질이라고 하면서 예술사진인지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은 결국 관람자의 몫이라는 말이 논리의 오류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신의 삶과 생활과 철학이 예술이라고 아무리 말해도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아니라고 하면 그것은 예술이 될 수 없다.  그 사람의 삶과 철학과 작품을 보고 주변에서 예술이라고 모두 인정하면 스스로가 자신의 삶이 예술이라고 자신의 작품이 예술작품이라고 몸부리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아도 예술가가 되고 예술사진으로 인정 받게 된다. 

사진이 탄생했을 때 곧바로 화가들이나 비평가들이 모두 사진을 예술로 인정했다면 사진을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사진가들이 그러한 노력을 할 아무런 필요나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내가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했고, 몇 번을 산에 오르고, 돈을 얼마나 들이고 또 노력을 얼마나 기우렸는가가 예술사진을 규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내가 정치인 누구를 안다고, 친하다고 해서 내가 정치인이라고 불려지지는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몸과 마음으로 고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그것은 비단 사진예술에서 뿐 아니라 우리들이 살아가는 인생의 모든 것이 그렇다.  우리는 불우한 환경이나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가는 이름없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감동을 느낀다.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예술적인 삶이라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때로 눈물을 흘리며 그의 삶이 예술적이었다고 동의하곤 한다.  그것은 그가 불우한 환경이나 조건에서 자신의 삶을 받아 들이고 그것을 헤쳐 나가는 아름다운 모습에서 동의를 하는 것이지, 그가 자신의 삶이 예술적인 삶이었다고 남들에게 자랑하고, 내 예술적인 삶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소리치고 남들을 비난하며 여기저기에 자신에 대해 알리고 소문을 냈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예술은 작가의 행위나 결과물에 대해 관람자가 공감과 이해를 통해서 느낀 심미적 판단에 의해 인정되어지는 것이지, 작가가 스스로 자기 고백했다고, 현실을 부정한다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예술로 인정되어 지는 것이 아니다.

또 한가지 회화주의 사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회화주의 사진에 담긴 심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다.
물론 앞으로 더 이야기가 진전되면 더욱 자세하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지만, 로빈슨이 쓴 책 '사진에서의 회화적 효과'라는 책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사진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것은 회화주의사진에는 어딘가 안정되고, 미적쾌감을 주는 무엇인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로빈슨, Figures in Landscape, Gelligynan Series,1880
(로빈슨이 '연결된 고리'에 참여한 후 촬영한 사진은 조합인화가 아닌 스트레이트 사진이었다.)

이러한 느낌은 누군가 알려 준 무엇 때문이 아니라 교육을 비롯한 여러 사회화 과정을 겪으며 마음속에 만들어진 미적감각 때문이다. 
선원근법의 발견은 르네상스와 더불어 미술계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수학에서 발견한 황금비율은 미의 규범을 만들었으며 그것은 절대적인 아름다움의 발견으로 여겨져 이후 400년을 넘는 오랜 기간동안 서구 미술의 정신적 미의식의 근원으로 이어지며 발전했다.  사실 그것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깊이 잠재되어 다시 1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의 회화주의와 달리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여러 미학적인 이론은 그 표현방법이나 제작기법 등에서 많이 변형되고 바뀌었지만, 수학과 기하학 등 과학적인 사고와 철학적인 이론을 갖추고 있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으로 지금도 그 면면을 이어오고 또 이어가고 있다.  사진에서 원근법이나 구도 등의 원칙들이 지금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러한 미학적 규범들이 현대사진의 조류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폄하하기 보다는 회화주의 사진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 구태로 생각하고 막아 놓았던 우리가 나아갈 길 하나를 더 열어 놓는 것이 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말로 순수(純粹)란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것을 말하기 때문에 순수사진을 조작하지 않은 혹은 합성하지 않은 사진이라는 말, 즉 스트레이트포토(straight photography)로 이해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순수사진예술 혹은 순수사진은 pure art photography 혹은 fine art photography의 의미로 기술적 혹은 형태적 변용으로 오염되지 않은 사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주의에 오염되지 않은 작가의 심리적, 심정적 순수함을 뜻하기 때문에 조합이나 합성 등의 사진 제작방식이 과거 회화주의 사진에서 유행하던 방법론이었다는 지엽적인 문제에 얽메여 혹시 있을지 모르는 유연한 사고와 자유로운 상상력이 제한 받거나 고정관념과 사회통념을 깨는 사진예술의 창작활동에 지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순수예술사진인지 혹은 스트레이트 사진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는 우리말의 순수라는 단어의 의미만을 쫒아서 순수라는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순수예술사진을 지향하는 나아 갈 길을 우리 스스로 제한하는 결과를 만들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디지털 사진의 발달로 인한 포토샵 등 이미지 리터칭에 관련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이 순수사진은 합성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며, 어떤이는 오히려 디지털 사진이 메타데이터(EXIF)가 있기 때문에 합성유무나 포토샵의 흔적이 남아 있어 필름사진보다 더욱 스트레이트 사진에 가깝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이는 순수사진과 예술사진을 따로 구분하고 순수사진은 스트레이트사진으로 합성하면 안되는 사진으로, 예술사진은 앞서 밝힌바와 같이 합성이나 이미지리터칭을 해도 무방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외국어를 번역하며 벌이는 한바탕의 언어유희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순수사진 혹은 예술사진의 디지털 이미지리터칭이 예술의 범주에 들지 못한다는 말도 잘못된 논리일 뿐이다.

화가들과 사상가, 비평가들이 사진발명 초기에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사진은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재현한 것일 뿐 예술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즉, 화가들은 그들의 캔버스에 기계장치를 이용하지 않은 그들의 완숙한 손재주로 아주 작고 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그려 넣었지만,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가 그것도 화학적인 방법으로 손도 전혀 대지 않고 자동으로 상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작가의 의지가 개입할 여지가 회화와 달리 전혀 혹은 거의 없다고 보았다는 점이다.

즉, 손이 해야 할 것을 손이 하지 않고 기계가 대신하였기 때문에 작가의 의지가 개입하기 어려웠다는 것인데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암실에서 손이나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여 수작업으로 하면 작가의 의지가 100% 개입되어 예술사진이 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리터칭을 하면 작가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은 프로그램의 결과이므로 예술이 아니라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이 논리는 손으로 모든 것을 그려야 완성할 수 있었던 화가들의 작업이 사진술의 등장으로 카메라와 간단한 암실 작업으로 만들어진 사진을 예술이 아니라고 했던 주장과 같은 논리일 뿐, 무엇이 다른가?

만일 화가와 비평가들의 논리가 옳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사진을 예술이라고 인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논리가 정당성을 잃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사진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어떤이는 포토샵 등 리터칭을 하되 최소한으로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역시 논리적이지 못하다.  예술가의 예술적 행위는 얼마만큼만 해야 한다고 제한할 수 없는 예술가의 자유의지에 따른 행위이어야 하며, 그 예술가의 행위의 결과에 대해 관람자는 예술가의 무엇이 혹은 어떤 점이 지나쳤다거나 부족하다거나 혹은 적당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예술가도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른 창작의 결과물에 대해 관람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든 관람자의 자유의지로 내린 판단을 그대로 존중할 뿐 의식을 통제할 수 없으며, 또한 관람자가 내린 어떠한 판단을 받아 들이거나 받아 들이지 않는 예술가의 행위 역시 그 예술가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남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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